민중의례라는 것도 있었구나...
모르는 게 죄는 아니다
1. 뭐, 민중의례라는 걸 모를 수도 있다. 좌파나 꼴페미가 뭔지 모르는 사람도 있으니까. 농담 아니라 실화임. 내가 글 쓴 본인이 아니니까 잘 모르겠지만 두번째 글은 사람들이 반드시 민중의례를 알아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은 아닌 것 같다. 운동권들은 사실 자신들과 일반인들의 문화차이에 대해서 충격을 받는 경우가 많은데 오히려 그런 의도의 글로 봐야 하는 것이 아닐까. 일반인들은 잘 모르는구나...몰랐어요 ^^ 라는 정도의 글도 까여야 되는지 모르겠다. 그분들은 사람들이 민중의례를 몰라서 화내는 것이 아니라 알지도 못하면서 까는 사람들에게 화가 난 것이다.
오히려 여기서 문제인 것은 입으로는 '민중의례가 뭔가요? 우걱우걱'하면서 손으로는 열심히 민중의례나 하고 있는 못된 공무원노조를 까는 사람들이다. 아니 민중의례가 뭔지 모르는 사람이 민중의례가 파쇼적이라는 것은 어떻게 아는 거지? 괜히 빨갱이들이 하니까 이상한 걸로 보이나? 민중의례가 위수동(위대한 수령 동지), 친지동(친애하는 지도자 동지) 초상화 갖다놓고 경례라도 하는 걸로 아나? 민주투사를 위해 묵념한 다음에 임을 위한 행진곡을 부르고 끝이다. 허무하지?
본 적도 없는 민중의례의 파쇼성을 깨달을 감수성이라면 오히려 늘상 해오던 국민의례가 파쇼적이라는 걸 알게 될 가능성이 더 크지 않을까. 내 친구의 경우에는 여성주의적 입장에서 '임을 위한 행진곡'의 폭력성을 지적하면서 민중의례 때 노래를 안 부르는 친구가 있는데, 그 친구가 그 문제로 불이익을 본 적은 절대 없다. 8, 90년대 빡센 운동권들이 서식하던 시절이라 해도 최악의 경우에는 술자리에서 좀 까이고 말 뿐이다. 물론 나는 민중의례에 권위적인 요소가 아예 없다고 주장할 생각은 없다.
그런데 국민의례를 안 하면 학교를 짤리는 수가 있다. 여호와의 증인들이나 우상숭배를 반대하던 일부 기독교인들은 실제 그랬다. 불과 2,30년 전의 일이다. 그런 것을 '국민의례나 민중의례나 둘 다 파쇼다'라고 똑같이 놓을 수가 있을까?
그런데, 좌파가 뭐냐는 사람 앞에서는 운동권만 충격을 받아야 할까? 아니면 일반인도?
2. 첫번째 글 같은 것을 보면 사람들이 얼마나 애국조회를 열심히 했기에? 라는 생각부터 먼저 든다. 영화를 보기 전에 애국가가 나오면 일어서서 엄숙하게 국기에 대한 경례를 했던 시절의 시 <새들도 세상을 뜨는구나>는 교과서에도 나오지 않는가? 가만 황지우씨는 결국 한예종 총장도 그만뒀군..ㅠㅠ 매주 월요일마다 애국조회 하고 국민의례 하면서 투덜대지 않은 사람 있으면 나와 보라능?
3. 리플을 보다 보면 국민의례를 민중의례로 '대체'했기 때문에 문제라는 사람이 있다. 국민의례가 '필수'적인 의례라고 생각하는 모양인데, 국민의례를 필수로 거행해야 할 사람들은 대체 누구일까? 각급 학교와 관공서? 전북고고학회 연례 학술대회? 영화 보기 전 광고타임에 극장에 와 있는 사람들? 친척모임? 조기축구회? 국민의례 안 하면 하늘이라도 무너지는 것처럼 설레발치는 사람들, 하루 세끼 식전 30분 꼬박꼬박 국민의례는 하시고 식사하시길 바란다. 공무원노조 분들도 노조 행사가 아닌 자기네 직장 공식행사 때는 그냥 국민의례 하시는 분들이다. 근무시간도 아니고 자기네 내부행사에서 민중의례를 하건 인터내셔널가를 부르건 이매진을 부르건 대체 뭐가 어쨌다는 건지...
4. 연합뉴스 기사도 웃긴데, 정부에 대한 투쟁의식을 고취하는 의식은 문제가 있다는 말을 여과없이 실어 놨다. 정권 반대와 국가부정이 같나? 자신이 루이 14세라는 착각에라도 빠져 사는 모양이다.
다시 말한다. 7,80년대라면 모를까 현재 민중의례는 국가부정도 아니거니와 정권 반대와도 별 상관이 없다. 호국영령 추모 대신 민주투사 추모가 문제라면 일단 민주화유공자부터 모조리 삭제해야 할 일이고, <임을 위한 행진곡>은 노통 시절이긴 하지만 무려 청와대에서도 불렸던 노래이다. 불쌍한 노통...
5. 약간 다른 관점에서 보자. 뉴스를 보면 가끔 일본 학생들이 기미가요 제창을 거부하고 졸업식에서 퇴장한다거나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하는 일본 수상을 가열차게 까는 기사들을 자주 볼 수 있다. 우리네 신문기사에서 호의적으로 이야기하는 쪽은 어느 쪽일까? 제창 반대자? 아니면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하는 일본 수상? 일본의 국가주의가 나쁘다고 주장하고 싶다면 우리의 국가주의도 당연히 비판받을 수 있어야 한다. 일본은 침략국이라서 그렇다고? 걱정마라, 우리에게는 베트남이 있다. 나는 이토록 많은 사람들이 국민의례를 옹호하고 민중의례를 까는 것을 보면서 이런 생각부터 들었다. 기미가요를 공식 국가로 부활시키고 싶어서 안달난 일본 우익들이 우리나라에 와 보면 좋아서 춤을 추겠지....
오바라고? 증거 하나 더 있다. 호국영령이라는 말은 야스쿠니에서 먼저 만든 말이다. 대일본제국과 천황의 영광을 위해 죽은 장병들은 죽어서 야스쿠니신사의 신이 되기 때문에 호국영령이다. 자기네 국민들이 애국자를 칭송하게 하고 싶었으면 제발 용어라도 좀 바꿔라. 일본 새역모 깔 때 마니 불편하다. 그런 의미에서 보면 국민의례를 민중의례로 대체한 것에는 일정 정도의 유리함도 있다 하겠다. 그 형식이 비슷하다는 것은 좀 그렇지만.
민중의례를 굳이 까고 싶으면 이정도는 좀 알고 까자. ㅇㅋ?
Quilapayun - El alma llena de banderas(우리의 마음은 깃발로 가득하다)
그냥 생각나서 넣어봤음 ㅋ